프리랜서 디자이너 현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많이 하게 되면서 방구석 노동의 편안함을 맛보고 나의 프리랜서 생활을 궁금해하는 디자이너 친구들이 많아졌는데...
똑같은 방구석 노동자라 해도 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직장인과 프리랜서는 완전 다르다규!
9to6 규칙적인 근무 시간에 안정적인 고정 급여를 받는 직장인과 그와 정반대인 프리랜서, 그렇기 때문에 공간은 비슷해도 협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사실, 직장인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의 전환을 꿈꾸는 이유는 크게 딱 2가지 일 듯!
그것은 「돈과 시간」
하지만 이 두가지는 상충된다.
돈을 많이 벌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기 때문인데... (눈물 닦고)
직장인의 2-3배 수입을 노리려면 일상의 여유는 개나줫. 야근보다 더 한 스케줄 지옥을 맛봐야 한다.
물론 '난 상관없어! 돈만 많이 벌면 돼!'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무래도 월 5-600 이상을 벌려면 2개 이상 큰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멀티의 한계가 온다. (나만 그럴 수 있음 주의)
한 때는 거절 못하는 병에 걸려 한 달에 2-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 적도 있는데, 눈 뜨자마자 일하고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도시락 배달시켜 먹고 그렇게 잠자는 시간 빼고 다 일만 하면서 몇 달 살아보니 와... 진짜 허리 디스크가 실시간으로 닳는 느낌... 유유
그 후유증으로 좀 쉬다 보니, 결국 그 해의 월평균 수익은 같아졌.... 하...
이런 경험으로 최근에는 디자인 노동으로는 내 연차의 월급쟁이들 만큼 벌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조율 중이다.
프리 하지만은 않은 프리랜서의 삶.
요즘의 나는 디자인 슬럼프라...
그 어느 때보다도 신나고 열정적으로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단점들을 써내려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5년 가까이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느낀 많은 장점들을 뒤로하고 단점들을 먼저 끄적여보려고 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ㅎ)
그럼, 내가 생각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현실적인 단점 5가지 시-작!
※참고사항 : 나는 며칠 내로 할 수 있는 단기 작업(예 : 로고, 브로슈어, 상세페이지 등)은 거의 하지 않고 최소 한 달, 길게는 5-6개월이 걸리는 신규 프로젝트나 운영(대부분 앱 UI디자인)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를 수 있어서 언급해 봄.
단점 1. 갈팡질팡 클라이언트님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찾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상주하는 정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주로 어떤 회사에서 필요로 할까?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체계가 아직 덜 잡혀 있고 역할도 불분명하며 디자인에 고비용을 투자하고 싶진 않고 일정이 급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나열하면 최악의 상황같이 들릴 수 있지만 난 이 상황이 꼭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나 '시작'이 필요하고 그 시작에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가기 때문에!
이런 경우라면 내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적인 컨설팅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 있어서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디자이너라면 갈팡질팡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클라이언트에게 끌려다니다가 서로 힘들게 하고 지쳐버릴 수 있다. 클라이언트가 방향성을 자꾸 바꾼다거나 범위에 벗어난 역할을 요구한다거나 예정에 없던 다른 사람들이 디자인에 개입한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점 2. 5분 대기조
프리랜서의 특장점이라면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고~' 이런 상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과~연, 상상은 현실이 될까?
클라이언트들과 1년 이상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나가는 시점에서는 1-2주 정도 휴식은 컨트롤 가능하지만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쉴 땐 쉬어야지!' 하는 마인드는 아주 그냥 푸~욱 쉬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
나는 5분 대기조 마냥 언제든지 연락이 잘 되고 급한 요청은 바로 대응해 줄 수 있는 프리랜서로 포지셔닝하고자 했다. 외주 디자이너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바로 대응이 안된다는 점인데, 이걸 최대한 없애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일이 바빠서 당장은 못해주더라도 답변만은 빨리하자라는 마인드로 웬만한 상황에서는 바로 칼답! 특별한 영업 없이도 몇 년 동안 같은 클라이언트들과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칼답'이라고 본다!
아무튼 이런 점 때문에 직장에서 처럼 연차 내고 다 쌩까면서 푹 쉴 수 있는 여유를 갖긴 힘들다.
단점 3. 다음 달엔 뭘 하지? 불안불안
프리랜서의 가장 큰 단점으로 불안정한 수익을 많이 꼽을 것 같다.
그것은 정! 답!
솔직히 내가 아무리 안정적으로 2-3군데 회사와 꾸준히 일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분들이 '나 이제 너랑 일안 할래~!' 하면 '네. 잘 가요' 할 수밖에 없는 우린 쿨한 사이.
그래서 1-2주만 한가해져도 나도 모르게 불안해지곤 한다. 회사를 다녀도 잘릴 수도 있고 요즘은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져서 다들 불안정한 건 똑같은 거 아냐? 할 수 있지만 직장생활도 해본 1인으로서 그 불안정함의 무게는 가히 다르다.
이 불안정함을 즐길 수 있는 깡다구가 있다면 프리의 세계로 드루와 드루와.
단점 4. 어려운 자기 계발
회사에서는 인재양성을 위해 적극 지원해주기도 하고 매일매일 자극받을 수 있는 선후배와 동료들이 주변에 있어 자기 계발을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프리랜서는 아무래도 혼자만의 우물 속에 풍덩 빠지기 쉬운 환경.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받는 자극과 기운들을 무시할 수 없다. 내향적 인간이라도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업계 동향과 고민 등을 나누며 열쩡열쩡열쩡의 불씨를 계속 피워나가야만 자기 계발의 끈을 붙잡고 있을 수 있다. 이 업계는 멈춰있으면 도태되는 쟈니난 업계이기 때문에 IT 이슈, 디자인 트렌드, 많이 이용하는 툴 등등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보는걸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단점 5.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울어.
나는 고독한 프리랜서.
가끔은 그저 커피 한잔 홀짝이며 나누는 수다에 업무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기도 하는데, 옆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 기획서가 슈레기라든지, 회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든지, 요즘 핫한 점심메뉴는 뭔지... 소소하게 재잘재잘 떠들고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나눌 수 있는 그 교감! 그게 없다.
그런데 이 단점은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도 있긴 하다. 외롭다는 건 그만큼 사람 관계가 친밀하게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친밀하지 않으니 관계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기 때문.
"마음을 터놓을 동료가 있지만 빌런도 있는 직장 VS 동료도 빌런도 없는, 빌런이 있다 해도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인 프리랜서" 어떤 인간관계가 더 나을까? 선택은 나의 몫.
오늘은 오랜만에 내 생각이 많이 담긴 포스팅을 해봤다! 난 블로그가 재밌다. 글 쓰는 것도 재밌다. 내년에는 친구와 함께 가벼운 에세이도 써볼까 생각 중이다. 프리랜서의 단점과 상관없는 말이지만 어디에라도 남겨둬야 실천할 것 같아서 글을 마치며 슬쩍 끼워 넣어 본다.
다음엔 슬럼프를 극복하고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장점을 차근차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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